5. 자료/5.3. 후기

10000일 셀프축하 후기…… 근데 이제 1000일쯤 지난

김쥬🍀 2025. 3. 7. 16:53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2022.08.20 - [1. 일상과 생각/1.0. 한줄메모] - 10000일에 무얼 할까

이유를 모르겠는데 아무 내용 없는 이 글이 꾸준하게 검색에 걸려서 ㅋㅋㅠㅠ 뭐라도 써둬야할까 싶어서…… 엄청 늦은 셀프축하 후기를…… 쓴다…….

그나저나 좀 궁금한건데… 다 큰 성인 자식 탄생기념일 챙긴다고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 (검색 키워드 '아들 10000일 선물' ⬅ 보고 좀 인지부조화왔었음) 가정 분위기가 어떤지 정말정말 궁금합니다……. 내가 집을 일찍 나와 살아서 그런지 이런 게 진짜 신기하다. 

사실 뭐… 나는 나이 먹고는 딱히 생일이라고 해서 주변과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거나 축하를 하지도 않고, 남 생일때도 내 생일때도 대충 생존확인용 안부인사나 간단한 선물 정도나 주고받는 게 끝이긴 하다. 물론 꼬박꼬박 즐거운 파티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어쨌든 10000일도 나 개인으로써 스스로한테나 기념할만한 날이지, 누군가에게 알리고 뭐 그럴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뭐 누구 부르거나 파티를 하거나 하진 않고, 그냥 혼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는 기념일을 보냈다. 신나게 놀아놓고 SNS에 늦장 자랑만 했다. 


그 시기에 내가 한창 좋아하던 것들이 꽃, 사진찍기, 스시, 민트초코, 뭐 이런것들이었다. 마침 기념일이 주말이었어서, 이것들을 가득 끌어모아서 기분 좋은 주말을 만들어보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생일보다 조금 더 거창하게 셀프축하를 하고 싶었어서 나름 빼곡하게 일정을 잡았는데, 얼마전에 휴대폰 바꾸면서 계획 써뒀던 메모장이 날아갔다. ㅎㅎ. 아 좀 빨리 쓸 걸. 대충 갤러리 보면서 기억나는대로 써보면, 

1. 직접 요리해서 맛있는 점심 먹기: 만들기 진짜 귀찮은데 너무 먹고싶었던거…를 해먹었던게 기억나는데 웃긴 게 메뉴는 기억 안 남 심지어 사진도 없음…… 그냥 행복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2. 꽃다발 사기: 집 앞에 꽃다발을 아주 예쁘게 잡아주시는 꽃집이 있어서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해뒀다가 수령했다. 
3. 최대한 내 취향껏 열심히 꾸며서 외출하기: 화장도 열심히 옷도 열심히 머리도 미용실가서 드라이 받음 
4. 카페에서 최애 음료/디저트 먹으면서 책 읽기: 진심 쏘 해피…… 언젠가 내가 좀 울적해하던 날 언니가 냅다 보내줬던 기프티콘으로 사먹었다. 근데 이제 쟤네는 내 최애가 아니다. 인간은 정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거구나. 
5. 기념 촬영하기: 스튜디오에 예약해서 프로필사진 찍음
6. 스시 오마카세: 아 이게 진짜 할 말이 많은데 
7. 미니 디자인케이크: 혼자 먹을거라 제일 작은 사이즈로……. ㅋ ㅋ ㅋ ㅋ 셀프모에화 다시 봐도 좀 웃기네 근데 내맘입니다. 

뭐 물질적으로 남는 셀프선물은… 그냥 그동안 갖고싶었던 전자기기들을 좀 질렀다. 근데 별로 중요하진 않고 나를 위해 시간을 썼던 컨텐츠들이 좀 더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예에에전에 모델로 작업을 좀 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정이 뚝 떨어졌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한참 사진 작업을 안 했는데, 이 해 생일(봄)에 친구가 스냅촬영을 하고싶다고 해서 정말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었다. 편한 사람이랑 함께해서 그런것일지, 아니면 오랜 시간이 지나서 힘들었던 사건에 대한 감정이 좀 희석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꽤 즐거웠다. 새삼스러울 정도로. 

그 기분이 참 좋았어서, 기념일에도 한 번 사진을 찍어볼까?! 하고 스튜디오를 냅다 예약해두었는데…… 그 날 사진 작업이 정말 재밌다는 감각을 완전히 되찾아서 너무 행복했다. 어떤 그림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요소를 넣고 어떤 표정과 연출을 할지 시안 잡는 것도 즐거웠고, 작가님이랑 이야기하면서 맞춰나가고 작업하는 것도 좋았고. 너무 오랜만의 촬영이라 호리존에서 뽑을 거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더 신이 났었다. 셀렉 초기 목표 3장이었는데 못 추려서 9장 함……. 

그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시간까지는 사실 좀 평이했는데…… 저녁식사때 너무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맛있는 회, 스시를 워낙 좋아해서 그동안 많이 궁금해하고 벼르고 있던 오마카세 식당을 예약했다. 그런데, 식당에서 나 빼고 나머지 손님들이 다 지인일 확률?? 그 손님들이 다 오래된 단골이실 확률???? 그 분들이 싹 다 엄청난 인싸이실 확률?????? 짜잔. 당첨입니다. 

옆의 손님께서 어린 여자애가 혼자 이런 식당 와서 씩씩하게 먹고 있는 게 신기하고 궁금하셨는지 말을 걸어오셨다. 무슨 일로 혼자 와서 이런 걸 먹고 있냐고. 10000일 기념일…… 을 생판 남에게 말하기가 좀 머쓱했지만 ㅋㅋㅋ 탄생기념일 셀프축하로 맛있는 밥 먹고 싶어서 왔다고 했더니 엄청 귀여워하면서 (ㅋㅋㅠㅠ) 축하해주셨다. 셰프님도 축하한다고 추가 스시도 주시고, 술도 주시고, 남는 청어로 미니 케이크도 만들어주셨다. 처음 말을 걸어주셨던 손님은 (알고 보니 근처 체육관 관장님이라고 하셨다. 언제 한 번 운동하러 가겠다 해놓고 아직 못 가서 연락 끊겼다. ㅎ;;) 기념식사인데 1차만 하고 들어가기 아깝지않냐며 2차를 제안해주셨다. 그 자리에 계신 손님들, 셰프님과 사모님, 손님의 따님분까지 모두 모여서 2차를 갔고 기념이라며 비용도 다 내주셨다. 살면서 손꼽히게 특이하고 즉흥적인 경험이었다. 저 아직도 이 기억으로 웃으면서 살아요 관장님…. 


준비 과정부터 당일 신나서 찔끔찔끔 중계하듯 sns에 흔적을 남기는 것까지 본 지인이 "탄생 만 일 기념하려고 이것저것 하는 거 넘 좋아보인다"고, 날더러 하루를 소중하게 돌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줘서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날 나의 기록을 보고 나보다 생일이 느린 친구 몇몇도 자신의 10000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었다.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

SNS에 이 날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썼던 문장을, 나 스스로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마지막 문장을 그 글로 남겨두고 싶다.

오늘보다 더 더 거창하게 챙길 20000일까지 건강하게 살아보자. 모든 하루가 소중하지만 가끔은 콕 집어 펼쳐볼 책갈피가 있으면 좋으니까요. 우리 모두 스스로를 둥기둥기 사랑하고 아껴주는 연습을 하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