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0. 짧은글

잠 못 드는 밤

김쥬🍀 2021. 5. 31. 01:26

뭔가 불편해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뜨고 있어도 자꾸만 무언가 신경이 쓰이는 그런 시간. 얼굴을 스치는 공기가 살짝 추운건지, 어쩌면 약간 무거운 이불 속에 조금은 더운 건지. 저녁으로부터 벌써 아홉 시간이 지나버려 찾아온 허기인지, 아니면 가득 채웠던 뱃속이 아직도 불편한건지. 뭔가를 먹어야 할지, 아니면 마셔야 할지. 이유 모를 갑갑함에 숨쉬는 것조차 의식하게 되는 그런 밤.
실눈을 뜨고 휴대폰 시계를 본다. 당장 잠들어도 두 시간. 지금 잠들면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 세는 순간 이미 그른 거라고, 누군가 그랬다. 애써 눈꺼풀로 눌러봐도 금방 차오르는 불안 사이, 반쯤은 몽롱하고 또 반쯤은 또렷한 느낌에 한 가지 사실만 명확하게 느껴진다. 내일은 망했다는 것.
이런저런 핑계를 찾아본다. 휴대폰 불빛을 가려 보기도 하고, 저녁에 마신 커피를 탓해보기도 한다. 세 시가 넘어 네 시, 그리고 또 다섯 시. 지금은 오늘인가, 내일인가, 내일이 오늘인건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런 밤이 있다.
지나간 오후의 삐걱임이 괜스레 떠오르는, 잠 못 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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