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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섹 수술을 했다. - 수술 과정과 회복기

김쥬🍀 2022. 8. 6. 16:37

장황한 수술 후기를 쓰기 전에 일단 정리부터 ㅋㅋㅋㅋ

혹시 주변인이 수술을 한다면 말해주고 싶은 것들

모든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이 글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의견이기 때문에 이것이 정답은 절대 XXXXXXXXXXX

  1. 얼굴이 많이 붓는다. (물론 눈이 제일 심하게 붓는다.) 통증이 심할 땐 하루 종일 눈물이 나고, 활동량도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 볼에 얼음팩을 하면 잠시 통증을 잊고 붓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2. 손이 닿는 모든 곳에 휴지/물휴지를 준비해두자. 눈물이 많이 나서 콧물도 많이 난다.
  3. 혼자 견딘다면… 불가능하진 않지만 웬만하면 사나흘 정도는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상주하는 것이 좋다.
  4. 선글라스와 보호안경은 미리 챙겨두자. 오래된 경우 자외선 차단 기능에 이상이 있진 않은지 수술 전에 안경점에 가서 미리 확인해볼 것.
  5. 타임 킬링 콘텐츠는 미리 체험해보고 내 취향에 맞는지를 검증해두자.
  6. 나의 경우, 처방받은 것 외의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로 견디기 힘들지는 않았다. 미리 구비해두면 마음은 든든하지만 나는 뜯지도 않고 다시 약통에 넣어두었다.
  7. 병원에 자주 들르자. 정기검진일은 지정해주지만(나의 경우 2일 차와 10일 차), 약과 눈물이 눈에 엉겨 붙어있어 불편하고 찝찝할 때 병원에서 닦아주고 소독해주면 그나마 개운해진다.
  8. 눈약이 차갑게 들어가면 견디기가 한결 수월하다. 나의 경우엔 안약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투여했다.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괜찮다고 확인받았음!

수술 전 준비

수술 날짜를 잡고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일정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첫번째였다. 다행히도 필요한 만큼 쉬고 복귀하라고 해주셔서 수술 날짜인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확실하게 휴가를 내고, 그다음 주는 회복 상태나 눈의 통증을 보고 출근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수술 이후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눈 감고도 인공눈물을 안전하게 집어올 수 있도록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물건들을 정리하고, 화분의 물이 천천히 마르도록 위를 덮어두었다. 필요한 경우 추가적으로 진통제를 먹어도 된다기에 진통제도 챙겼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사용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안경점에 가서 선글라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집을 뒤져보니 선글라스가 두 개 나왔는데, 하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쓰던 것이고 하나는 아마도 5년쯤 전에 가족여행을 갈 때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된 렌즈는 자외선 차단 코팅의 수명이 다하기도 하고, 스크래치가 나서 빛이 불균등하게 들어와 눈에 자극이 더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매년 확인해주는 것이 좋지만 3년 이상 사용했다면 보내주는 것이 낫다는데, 내가 워낙 선글라스를 잘 안 끼고 다녔던 터라 하나는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하나는 미련 없이 이별하는 것을 권고받았다. 오래되긴 했지...) 앞으로는 잘 쓰고 다녀야지... ㅜㅡㅜ

마지막으로 나흘간 함께할 간병인(ㅋㅋㅋ) 벼르언니가 보내준 레시피에 필요한 식재료들을 냉장고에 가득 쟁여두었다. 약 때문에 아점저를 다 먹어야만 했었어서 계획이 빼곡했다. 삼시 세 끼를 집에서 며칠 동안 연달아 챙겨 먹는 일이 거의 없었어서 냉장고가 이 정도로 가득 찬 적이 없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가득 찬 냉장고 사진을 찍어뒀어야 했는데 까먹었다. 사진 찍는 습관 좀 키워야 할 듯.

냉장고 사진이 없어서 그 대신에 언니가 그려준 식단표 사진. 사실 되게 많이 바뀜 ㅋㅋㅋㅋ
대박이지 나 나흘동안 완전 임금님 수랏상 받았잖아...... 근데 앞쪽 사진은 불 꺼놓고 살아서 묘하게 어둡고 뒤쪽으로 가니까 형광등 켜서 밝은 거 좀 웃기다

 

수술 당일

언니에게 우리 집에 있는 이런저런 가전들의 구조와 사용법, 내가 정리하는 방법들을 간단히 설명해준 뒤 함께 병원으로 갔다. 눈 상태를 한 번 점검한 뒤 곧바로 언니는 약을 받으러 약국으로, 나는 수술실로 이동했는데 이때부터 조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상처회복/통증경감에 도움이 된다기에 혈청안약도 신청을 했는데,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면서 피를 뽑았다. 프로헌혈러는 피 뽑는 것 따위는 두렵지 않지. 근데 피를 뽑고 혈청을 분리해서 희석한 것을 눈에 넣는다는 게 사실 조금 크리피하긴 했다.

수술 자체는 그냥 여러 지인들이 말해준 것과 다를 것이 없이 정말 금방 끝났다. 나는 워낙 고도근시였고 수술 시 필요한 절삭량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 더 잔여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막상피를 레이저가 아닌 브러시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했다. 의도는 좋았는데 시각적/심리적/감각적으로 그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브러시가… 눈을… 꾸욱… 눌러서… 위잉…하고… 각막을…… 벗겨내………. 정확히 어떤 과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각막을 벗겨내고, 조금 씻고 닦아내고, 레이저로 깎고, 다시 씻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기억에 남는 지시사항들은 대충.... 개안기(?)를 끼울 때 '눈에 힘 주지 말고 앞만 보세요', '초록불 계속 보고 있는데 중간에 안 보여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멍하니 앞만 보고 있으면 돼요', 뭐 이런 것들이었다. 특히 레이저를 조사하는 동안은 정말로! 절대로! 얼굴을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수술 과정 내내 뭔가 변화할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서 계속 속으로 걱정이 됐다. 그래도 끝나고 나서 여쭤보니 "동공 추적 기능이 있기도 하고, 위험할 정도로 흔들리면 기계가 멈추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을 놓았다.

수술이 끝난 직후에는 마취가 남아있어서 통증이 별로 없었다. 이 때 시야는 곧바로 근시가 교정되긴 하는데 초 단위로 건조해져서 눈이 금방 뻑뻑해지고 흐려지지만 인공눈물을 넣으면 일시적으로 회복이 되는 상태였다. 그래도 일단 앞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기뻤음. 그리고 이건 마취가 풀리기 전 이야기였다……. 안약 넣는 것과 회복기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호다닥 택시를 잡아 집에 돌아왔다.

언니가 저녁식사 준비를 해주는 동안 나는 마취가 풀리기 전에 안약 투여표를 만들었다. 약을 빼먹지 않고 챙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어릴 때 계획표에 도장찍는것마냥 표를 만들고, 먹는 약 봉지에 날짜를 써뒀다. 언니가 "손으로 엑셀 만들고 있다"고 웃었지만 ㅋㅋㅋㅋ 라섹 회복기를 준비하는 동안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자신한다… 약 다 넣었는지, 먹었는지, 헷갈려서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모르겠다.

참 잘했어요 도장표

언니가 해준 저녁밥을 먹고 (김벼르는 프로요리사다 평소보다 너무 잘 챙겨 먹고 호강했음) 약을 챙기고, 심심함에 몸부림치고 있으니 언니가 드라마를 틀어도 되겠느냐고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를 함께 봤다(아니 나는 들었다…).
선생님이 "눈을 반의 반의 반만 뜨고 조심조심 깜박여야 해요~" 라고 하셨는데, 이게 억지로 반의 반의 반만 뜨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눈이 붓고 시려서 안 떠진다. 그래도 당일은 자기 전까지 통증이 크게 오지는 않았다. 오른쪽 눈은 거의 느낌이 없었고, 왼쪽 눈은 렌즈 낀 눈에 먼지가 들어간 정도의 이물감이 있는 상태로 잠에 들었다. 자는 동안 눈에 손을 대지 않도록 보호안대를 착용하고 자는데, 너무 불편해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눈에 고정만 될 정도로 끈을 최대한 풀어서 얹어놓고 잤다.

 

2일 차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약을 챙기고 병원에 갔다. 눈 상태를 살피고 "통증이 심하거나 많이 불편하면 토요일(나흘차)에 한 번 더 오시고, 괜찮으면 다음 주 토요일(11일차)에 와서 보호렌즈 빼면 되겠네요"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매일매일 출근도장을 찍었지…. 안연고, 안약, 눈물, 눈곱이 눈가에 엉겨 붙어있는 게 너무 불편한데 감염위험 때문에 내가 닦을 수 없기 때문에 소독하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이고, 매일 궁금한 점이 생겨서 물어보기 위해서가 두 번째 이유였다. 수술이 많은 병원이라 대기가 길었지만 어차피 휴가를 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음.

그리고. 병원을 다녀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통증이 시작됐다……. 분명히 아침에 병원 다녀올 때까지만 해도 버틸만했는데 ㅜㅜㅜ 편하게 귀가하라고 선생님이 마취약 한 방울씩 넣어주셨을 때 "핫 챠 이 정도로 아픈 거면 견딜만할 것 같은데 핫핫 괜찮은데" 생각했던 1시간 전의 나를 무척 때리고 싶었음. 아니 심지어 들어가는 길에 카페 들러서 케이크 사와가지고 먹었다니까?? 근자감은 접어두어라 우매한 중생이여 이제 시작이다….

근자감의 흔적. 그치만 케이크는 맛있었다. 먹을 건 잘못 없어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렌즈 낀 눈에 고운 모래를 뿌린 것 같은 느낌. 아주 작고 얇은 니들 패치를 눈알에 얹어둔 것 같은 기분. 눈이 시큰시큰하고 따끔따끔해서 머리가 웅웅 울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종일 줄줄 흘러서 티슈로 닦다 닦다 지쳐 그냥 가만히 누워 계속 울면서 지냈다. 눈물이 나니까 콧물도 계속 나서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마다 코를 풀고 화장실에서 닦아내는 일을 반복했다.

눈물이 계속 나고 아프고, 각막도 눈꺼풀도 엄청 부어서 초점도 안 잡히고, 그래서 결국 앞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 혹시나 하고 수술하기 직전에 휴대폰 글자 크기 설정을 최대치로 바꿔두었다. 어차피 화면 빛이 강해서 오래 보지 못하니까 꼭 해 둘 필요는 없는 것 같긴 한데 혹시나 뭔가를 확인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유용하긴 하다.

얼마나 크게 해 놨냐면! 이 만큼!! 아프다고 연구실 언니한테 찡찡거림 ㅋㅋㅋㅋㅋ


첫날은 언니랑 수다도 떨고, 남은 기간 동안 뭐 해먹을지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둘째 날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꼼짝없이 가만히 누워서 자다 깨다만 반복했다. 우스운 건 그 와중에도 잠깐 통증이 사라지는 순간이 심심해서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사실 가만히 있는 거 되게 잘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기를 선택하는 것과 강제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사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학교 전자도서관에서 오디오북을 여러 권 빌려두긴 했었다. 실패했지만 ㅜㅜㅜ!!!! 오디오북은 처음 들어보는 거였는데, 낭독자를 너무 많이 타서 나랑은 별로 맞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낭독 속도나 발음 습관 같은 게 사람마다 다른데, 안 맞는 낭독자의 책은 듣기가 너무 괴로워서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역시 책은 듣기보단 읽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수술 후에 라디오도 많이 듣는다는데, 책만 받아놓고 라디오는 어떻게 듣는지 찾아보지 않았던데다 원래 듣는 채널도 딱히 없었어서 굳이 시도해보지 않았다. 대신 하도 많이 봐서 장면을 다 외운 웹드라마 몰아보기 영상을 틀어두고 들었다. 모르는 영상은 소리만 들으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는데, 사실 나는 새로운 컨텐츠를 많이 보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장면 하나하나 외울 때까지 재탕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3일 차

밤 10시 반쯤 일찍 잠들어서인지, 아니면 낮잠을 자서인지 여섯 시간쯤 자고 나니 잠이 깼다. 잠에서 깨자마자 생각했다. 아, 오늘은 좀 낫네. 확실히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다. 안 아픈 건 아닌데, 통증이 찾아오는 간격이 조금 길어졌다고 표현하면 될 듯하다. 하루 사이에도 시간 단위로 나아지는 게 느껴져서 내 회복력에 스스로 뿌듯해했다. 여전히 몇 초 이상 눈을 오래(3초가 오래인가… 는 둘째 치고) 뜨고 있는 건 힘들지만, 욱신거리는 통증이 하루 종일 지속되던 2일 차보다는 나았다.

좀 더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와서 그냥 언니가 일어날 때까지 멍 때리며 뒹굴거렸다. 이 날도 역시 아침을 먹자마자 병원에 가서 눈을 닦고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그냥 대충 "약 차갑게 해서 넣어도 되나요? 매일 와서 눈 닦아도 되나요?" 이런 것들이었는데 ㅋㅋㅋ 별 거 아니지만 뭐 어때… 수술 후 관리기간 동안은 사소한 거라도 내 마음이 편한 게 가장 중요하니까, 병원이 먼 것도 아니니 그냥 출근도장 찍으면서 궁금한 거 다 물어보기로 했다. 뭐. 왜. 뭐. 잘 모르는 건 혼자 불안해하지 말고 무조건 전문가 붙들고 늘어지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어.

다녀와서는 조금 버틸만해서 언니랑 같이 뭐라도 하고 싶어서 티타임을 가졌다.

맛있는 버터쿠키와 맛있는 녹차와 귀여운 찻잔 (언니는 커피)

 

4일 차

"지후 살아나서 다행이야~”

아침에 언니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자마자 우당탕 달려가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언니가 한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전날보다 컨디션이 나아 보인대. 근데 정말로 훨씬 나았다. 얼마나 좋았냐면! 심지어 이 날은 저녁 외식도 했다!!! 새 눈알 생겼다고 여기저기 자랑도 했다!!!

이 날쯤부터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했다. 여전히 눈이 금방 건조해지고, 결막염이 생겼을 때나 각막이 긁혔을 때 마냥 살짝 까끌한 이물감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는 아니었다. 선글라스를 끼면 어느 정도 빛도 견딜 만했고 (전까지는 선글라스 껴도 밝은 곳은 좀 힘들었음) 잠깐잠깐씩은 휴대폰 화면도 볼 수 있었다. 하루에 한 칸씩 휴대폰 글자 크기 줄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역시 눈을 자주 깜박여야 하고, 각막이 부어서 그런지 약간 흐릿하게 블러 처리된 시야로 생활을 해야 하는 건 불편했다.

마지막 약이 신나서 찍은 사진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미러선글라스. 그리고 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만찬...... 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다음날 새벽 벼르찌는 날 떠나갔다........


사실 오늘로 한 달 차인데 후기가 밀렸다. 대화 기록 보고 기억을 되살려서 차근차근 채워야지

 

5일 차

당연하지

엄청 크게 키워두었던 휴대폰 글자 크기를 하루에 한 칸씩 줄였다. 이 날 휴대폰이 지난주보다 휴대폰 사용량이 줄었다고 알람을 울리길래 이번 주에 원상복귀 시켜줄게~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만큼 늘었음. ㅋㅋㅋㅋㅋㅋ 회복하는동안 내가 자꾸 사부작사부작 집 치우고 정리하고 그래서 벼르언니가 '도와주러 왔는데 지후가 자꾸 일해~' 했었는데, 언니는 나한테 속은거였다.  내가 자꾸 집 안 정리를 하려던 건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휴대폰을 쓸 수 없어서 심심했기 때문이다. 화면 볼 수 있게 되니까 하루 종일 휴대폰 컴퓨터만 하더라.

맞다.. 언니가 마시고 남은 맥주를 두고 갔는데, 집술 안한지 꽤 됐는데 견물생심이라고 언니가 두고 간 맥주가 너무 먹고싶었다. 하지만 참아냈다 내 1n0만원짜리 새 눈은 소중하니까 ;

이때쯤엔 눈 붓기가 많이 빠져서 꽤 편해졌다. 막 눈이 완전히 편한 상태는 아니고 깜박일 때 각막에 조금 이물감이 있는 정도였다. 아프다! 는 아니고 따갑다! 정도? 각막에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났을 때의 느낌. 생활이 가능은 하지만 불편한 느낌. 이제 와서 생각해보는거지만 조금 더 쉬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많이 지루했겠지만.

친구가 눈 사진을 보더니 라섹이 아니라 트임 수술을 한 수준이라고 했다. 안경 왜곡이 심하긴 했지.... "니 눈 뻥 좀 보태서 2배 커짐" 이라고 하길래 예전에 찍어둔 안경비교샷 꺼내와서 진짜로 길이 재 봤는데 실제로 길이 1.2배 면적 1.4배 차이나서 왜 이제 했냐고 잔소리 들었다. "수술하면 한달동안 너랑 술 못먹잖아" 했더니 납득함 어이없어 석달째 바쁘다고 안 놀아주면서!!

그리고 이 다음날부터 다시 출근이었다!!! 조금 더 쉴까 생각도 했고 쉬겠다고 해도 될 것 같았지만, 일단 나가보고 상태 봐서 힘들면 좀 더 쉬기로 했다. (그리고 눈이 아니라 확진자 접촉 때문에 쉬었다) 여름학기 수업 때문에 나가는거라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출근해야 해서 힘들었다. 머리 감기가 어려워서 준비 시간이 오래걸린다구...... 

 

6일차

드디어 '혼자' 외출이란 것을 했다 ㅋㅋㅋㅋ 출근해서 수업 들어갔다가 일 좀 하고 그랬는데... 머리 감기 힘들어서 그냥 전날 밤에 조심조심 감고 모자 뒤집어씀 + 마스크 + 선글라스 쓰니까 옆 랩 후배가 나를 못 알아보더라고...? 후배 한 명도 내가 수술한 줄 모르고 왜 썬글라스 쓰고있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못 물어보고 very cool이라고만 생각했대서 머리짚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너한텐 말을 안 했었구나... 근데 그냥 나한테 왜 오늘 둘둘 말고 나왔냐고 물어보지 그랬어 ㅋㅋㅋㅋㅋㅠㅠㅠㅠ

퇴근할때 학교 앞 동네 안경점에 들러서 보호안경을 맞췄다. 청광+자외선 차단 렌즈! 보통은 3만원대 렌즈로 맞춘다고 하셨는데 더 좋은 건 어떤 게 있냐고 물어보니 자이스 렌즈를 보여주셨다. 사실 이게 ㅋㅋㅋㅋ 렌즈 값이 저렴한 건 아닌데 워낙 고도근시였다 보니 되게... 안 비싸 보이는 거 있지... 그래서 그냥 좋은거로 샀다. 원래 쓰던 렌즈도 괜히 기념삼아 버리지 말고 달라고 해서 챙겨오고, 겸사겸사 코받침도 좀 더 말랑한거로 바꿨다.

안경 무게가 너무 가벼워져서 적응이 안 된다. 간질간질 거슬려서 쓰고 있기가 힘들 지경이라, 무게감이 있는 패션 안경줄을 달아볼까 고민중이다. 왜곡 없는 것도 이상해서 거울 보면 뭔가... 못 보던 왕눈이가 쳐다보고 있음. 너무 어색해. 

 

10일차

안과에서 이야기한 두번째 정기검진날. 사실 첫 주에 거의 매일 방문했어서 지정방문일에 의미가 별로 없긴 했다. ㅋㅋㅋ 그냥 시력 재고 기본검사 하고 보호렌즈 빼고 회복 중에 별다른 문제 없는지 확인한 다음 열흘 뒤에 오세요~ 하고 끝. 대부분의 경우 딱히 문제가 없는데, 아는 언니는 상처가 아물 때 표면이 좀 고르지 않게 아물어서 간단한 처치를 받았다고 했다. 아마 이런 케이스를 확인하기 위해서 부르는 게 아닐까 싶은데, 엄청엄청 드물다고 한다. 20일차 방문에도 별다른 거 없이 그냥 기본검사 하고 한달차에 오세요~ 하고 끝. 안과 방문할 때마다 시력은 0.8-0.9 정도를 오갔던 것 같다. 

 

1개월차

사실 한달보다는 쪼끔 더 지나서 갔다. 열흘정도… 기본검사하고 시력 재고. 이 날 검사결과가 1.0이 나왔다. 시력 회복은 목표시력까지 잘 올라왔고, 피로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조금 떨어졌다가 회복됐다가 할 수는 있을거라고 하셨다. 그 외에 수술 이후 불편한 점 등에 대해서 문진을 했는데, 건조증 때문에 의사선생님께 혼났다. (ㅋㅋㅋㅋㅋㅋㅋ) 딱히 불편하진 않아요~ 해는데 그거 아니래. 나 지금 엄청!!!! 건조한거래. 수술 전에도 건조증이 오래 있었어서, 그냥 그게 익숙해서 건조하다고 자각을 못하는거래. 안 불편해도 인공눈물 꼬박꼬박 넣으라고, 상처 생긴다고 혼났다. 아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나는 수술 부작용을 별로 못 느끼고 있다. 수술 후 제일 흔한 불편증상이 건조증과 빛번짐이다. 나는 원래 건조증과 난시가 있었기 때문에, 건조한 건 거의 비슷하고, 빛이 갈라지면서 번져보이던 게 동그랗게 번져보일 뿐이다. 사실 오히려 번짐이 덜해진 편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다음부터는 계속 1개월 텀으로 방문했고, 2개월쯤 됐을때부터는 체감상 불편함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순간순간 눈 관리가 소홀해질때가 있긴 했었는데, 그래도 생각날때마다 보호안경이나 인공눈물을 챙겼다.  3개월차 내원했을 때 '각막 상태 많이 좋아졌으니까 한 두달만 더 볼까요~' 하는 말을 들었다. 사실 한 달 더 보자 하셨다가, 워낙 고도근시였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정정하셨다. 보통 4개월쯤이면 정기검진을 끝내는가보다. 매번 딱히 문제가 생기지 않아서 기본검사만 하고 괜찮네요~ 하고 끝났다. 이후에도 6개월차, 9개월차, 1년차에 내원해서 별 이슈 없이 지나갔고, 마지막 내원 때는 '이제 그냥 1년에 한번정도 정기검진만 하면 되겠네요 ㅎㅎ' 하고 마무리가 됐다. 
 
이 정도면 대충 수술 준비하는 사람들이 궁금한 건 다 해소되겠지… 끝!!!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