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료/5.3. 후기

라섹 수술을 했다. - 수술 전 이야기

김쥬🍀 2022. 8. 5. 17:10
수술 결심 계기

내 기억이 맞다면 나는 4-5살 때부터 안경을 썼으니까, 23-4년 정도 시력교정기구와 함께한 셈이다. 처음 안경을 썼을 때의 시력은 0.4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자라면서 근시가 계속 심해졌고, 28살이 된 지금 (수술 전) 가장 최근에 검사한 결과 내 근시 교정 렌즈 도수는 거의 -8에 육박하고 난시까지 있었다.

평상시엔 거의 안경을 쓰고 다니지만, 초등 고학년-중학교 때는 드림렌즈도 꼈었고, 10대 중후반에는 하드렌즈도 꼈고,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원데이 렌즈를 잔뜩 구매해서 행사가 있거나 활동적인 일을 할 때 사용하곤 했다. 무겁고 두껍고 왜곡이 심한 안경을 쓰니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시력교정 수술을 받을 생각은 없느냐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안 시력이 좋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 수술을 할 생각은 사실 거의 없었다. 매일 쓰는 건 아니지만 일단 꽤 오랜 기간 동안 렌즈를 꼈기 때문에 눈 상태가 좋을지 걱정되는 점도 있었고, 혹시나 생길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대한 걱정도 컸기 때문이다. 원래도 가지고 있는 안구건조증이 후유증으로 인해 더 심해질 확률이 높다는 점도 걱정스러웠고. 요즘엔 기술이 좋아져서 부작용이 발생활 확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 적은 확률이 내게 발생하면 1인 거니까.

그런데 나는 뭔가 하나에 꽂혀 불이 붙으면 한동안 굉장한 추진력이 발동하는 #가보자고 형 인간이다. 나는 이런 성향을 당장병이라고 부르는데, 지난봄에 뜬금없이 '안경을 쓰는 게 너무 짜증 난다'는 점에 당장병이 도졌다. 방 청소를 하느라 책상 아래를 닦고 일어나다가 머리를 부딪혔는데, 안경에 크게 충격이 가면서 얼굴을 세게 눌리고 눈 옆이 긁힌 것이다. 순간적으로 추진력이 확 솟아서 수술을 알아보기라도 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조사 과정

일단 몸에 손을 대는 거라 어머니께 먼저 여쭤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흔쾌히 "네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잘 알아봐~" 하고 수술 계획이나 일정을 잡는 데 편하게 생각하라고 말씀을 해 주셨다. 그치… 우리 엄마는 이런 타입이지… 그다음으로는 주변에 수술을 한 사람들이나 안과 의사인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각자가 수술을 결심한 계기나 수술 경험담, 그리고 수술 방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라든가 준비할 때 고려하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들을 듣고 이래저래 정리를 해 보았는데,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일단 상담을 받아보되 최소 세 명 이상의 의사를 만나보고 상담을 받아라."

 

병원 결정

사실 시력교정술을 위한 정밀검사는 항목도 많고 비용도 꽤 든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검사비용은 5만원부터 시작하고, 그 자체의 시간은 1-2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동공을 확장시키는 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여러 곳에서 검사를 받기가 어렵다. 게다가 하루 정도는 눈앞이 계속 흐릿하고, 초점을 맞춰 보는 것이 조금 어렵다. 그러니까, 병원 한 군데를 가 볼 때마다 5만원+@+1일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여러 곳을 가 보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이겠지만, 수술 과정이든 회복기간이든 언제든지 마음속에 "다른 곳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 불안감이 결국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비용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되는 대로 여러 병원을 방문해봤고, 그 과정 중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들은 아래와 같다. (나열 순서와 우선순위는 관계없음)

  1. 집에서부터의 접근성이 좋고 이용이 편리한가
  2. 수술을 많이 진행하고 수술 장비가 최신형인가
  3. 의사/간호사/스탭이 친절한가
  4. 설명을 상세하게 해 주는가, 질문을 잘 받아주는가
  5. 검사 결과 해석의 방향성이 어떠한가
  6. 전반적인 느낌

나는 '내가 잘 모르는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전문가에게 맡기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아주 잘 따르는 딸이기 때문에, 수술 이후에도 굳이 정기검진일이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물어보러 내원하기가 편한 곳이길 바랐다. (실제로 수술 2일 차, 10일 차에 오라고 했는데 눈 닦고 싶다고 첫 일주일 동안 매일 갔음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가능한 오가는 데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것이 중요했다. 사소하게 궁금한 것들을 많이 가져가는 편이라, 먼저 물어보지 않아도 답해주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환자의 질문에 시간을 많이 써 주는 곳이었으면 했고, 또 이후에 생길 문제점들이나 내 눈 상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곳에 조금 더 마음이 갔다.

여기까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검사를 다녔던 곳들 중 두 병원이 최종 후보에 올랐고, 상담받았던 원장님들 모두 경험도 많고 친절하셨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 결정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마지막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 마지막 조건(느낌ㅋㅋㅋㅋㅋㅋ)이다. '객관적인 지표가 비슷하면 그다음엔 그냥 마음이 가는 곳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항상 엄마가 말씀하셨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환경이든 모든 것에는 궁합이 있다고, 모든 경험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충분히 알아본 이후에는 더 이상의 깐깐한 비교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후회가 없고 결과가 좋을 확률도 높다고. 시력이나 각막 상태, 신경 같은 검사 결과야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값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상담해주신 선생님들을 믿고 가기로 했다.

병원 리스트 알아봤던거랑 질문거리 정리해둔 것들. 중간에 찍은 거라서 전체 내용 남은 게 없다. 근데 이렇게 다 블러칠할거면 왜 올렸는지?? 그치만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서......

 

수술 날짜 잡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고, 고민이고, 걱정이었다. 나는 본가에서 떨어져 동거인 없이 혼자 지내고 있기 때문에, 상주하는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라섹 수술은 통증 때문에 수술 이후 초기에 혼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하기에 처음에는 어머니가 대전에 올라와 도움을 주시겠다 하셨다. 그런데 일정이 잘 맞지 않아 다른 날을 잡다 보니 수술 날짜가 너무 뒤로 밀리는 것이다…. 가능하면 결심이 섰을 때 빨리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나중에 가면 또 어떤 일이 생겨 일정이 꼬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좀 아쉽다, 하는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선뜻 "내가 내려가서 도와줄까?"라고 하는 것이다. 외 쳐 갓 벼르 사랑해

언니에게 업로드 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선뜻 달려와주는 친구를 자랑하고 싶으니까 냅다 스샷찍기

너닷새동안이나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이런 상황에 친구를 끌어들여도 괜찮은가… 하는 고민을 잠깐 했지만 나는 염치가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언니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날짜를 확정하고,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수술 준비와 과정과 후기는 다음 글로!!

2022.08.06 - [1. 일상과 생각/1.1. 긴글] - 라섹 수술을 했다. - 수술 과정과 회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