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1. 긴글

목욕은 좋은데 입욕제랑은 아직 좀 덜 친하다

김쥬🍀 2024. 2. 10. 00:29

물 속에서 하루종일 있어도 좋은 그런 물개는… 아니지만!!!! 그냥 물을 (엄청 많이는 아니고) 좀 좋아한다. 퐁당 빠져있는 것도, 참방참방 발장구만 치는 것도, 물놀이도, 수영장도, 바다도. 당연히 목욕이나 반신욕도 좋다. 얼마나 좋냐면, 욕조 없는 원룸에서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필수품들을 다 사고 나서 처음 추가로 들인 물건이 접이식 간이욕조일 정도로.

사실 생각해보면 간이욕조는 되게 유난스러운 물건이긴 하다. 몸 담그고 있는 약 15분을 위해서, 입욕전 샤워를 하고 몸을 닦고 화장실 공간을 정리하고 수납공간에서 욕조를 주섬주섬 꺼내서 쥐콩만한 화장실에 끌고 들어간 다음 열심히 펼쳐 한참 기다려 물을 받고 목욕을 하고 나면 물을 버리고 욕조를 씻고 구석으로 밀어둔 다음 몸을 다시 한 번 씻고 닦고 욕조도 닦고 잘 말려서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둬야 한다. 이걸 생각하면 나도 지긋지긋한데, 막상 이 짓을 꾸역꾸역 다 하고서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아, 이거면 된 거지….' 싶어진다는 게 문제다. 준비하고 정리하면서 오만 짜증을 내면서도 결국 그 15분의 기분이 좋아서 눈 질끈 감고 다시 꺼내게 되는 그런 물건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입욕제도 잠깐 손을 댔는데, 결국 귀찮아서 요즘은 정말 가끔만 쓴다. 입욕제를 쓰면 욕조를 좀 더 열심히 닦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단 말이지……. 색 있는 입욕제는 바로 안 닦으면 착색된단말이야……. 그래도 가끔 쓰면 재미도 있고 기분도 좋긴 하다. 이제는 굳이 찾아다 쟁여두지는 않고, 선물 받거나 어디 여행 갔다가 사온 입욕제들을 기분이 되게 좋거나 되게 나쁠 때 한 번씩 꺼내쓰곤 한다. 

얼마 전에는 작년에 선물받았던 러쉬 입욕제를 꺼냈다. 대충 푸른색이 맘에 들어서 꺼냈는데 아보카도 열매가루가 들어가서 이름이 아보배쓰라고 한다. 사실 예전엔 웬 부르주아마냥 (ㅋㅋ) 하나씩 과감하게 퐁당퐁당 썼었는데, 문득 이게 엄청 낭비같은거야…. 안 그래도 러쉬 입욕제는 되게 커다랗고, 일반 가정집 욕조에서 쓰기에도 용량이 큰 편이라 오버사이즈 욕조에서나 통째로 쓰는데 무슨 쬐끄만 간이욕조 쓰는 자취생 나부랭이가 이렇게 낭비를 하나 싶더라.

그래서 예전에 어디서 본 것 마냥 잘라서 써보기로 했다. 대충 이면지 하나 깔아놓고 커터칼로 슥삭. 슥삭. 슥삭. 슥삭슥삭슥삭슥삭.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갉아내는 느낌으로 열심히 사방으로 잘 잘라(긁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뚝, 하고 잘린다. 처음엔 4등분을 해보려고 했는데 혹시 몰라서 한 번 더 나눠 8등분을 했다. 내 욕조는 작으니까… 한 조각만 넣어보고 모자라면 하나 더 넣지 뭐…. 다 자르고 룰루랄라 신나서 욕조를 꺼내러 갔는데. 그랬는데. 여기서 내가 간과한 것.

내 욕조는 푸른색이다. 색 있는 거 풀어봤자 잘 안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본가봐 예전에 노란색 레몬향 입욕제 풀었다가 식겁했던거 홀라당 까먹고 또 색에 혹해서 설렜지… 그치만 합리화의 신 김쥬는 간이욕조는 애초에 흰색이 별로 없고, 착색되기 쉬우므로 색이 있는 것이 더 낫다고 합리화를 했다. 입욕제는 색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구!! 향이랑 오일 질감도 짱 중요하다구 ㅜㅜ!!

그래도 좀 아쉬우니까 욕조에 물 받는 동안 세면대에 쬐끔만 풀어서 색 구경 좀 하고 놀았다는 후문… 이쁘더라 아보배쓰…
어쨌든 잘라서 써 본 후기는,
1) 간이욕조에도 색이 얼추 보이긴 하나, 입욕제 색과 욕조 색의 조합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2) 작은 욕조라면 (짠순이처럼 쓰려면) 8등분 조각내서 써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그치만 우리 집에는 상미기한이 지난 찻잎이 많아서 이것도 조금씩 입욕제처럼 써 볼 예정이기 때문에 4등분으로 쓸 거다 ♡⁺◟(●˙▾˙●)◞⁺♡ 8등분은 그저 테스트였던 것으로…

ㅎㅎㅎㅎ자르는 거 너무 힘들었어서 얘네는 다음에 잘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