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적게, 시간은 많이 드는 일을 하다 보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게는 주로 요리가 그렇다. 양파 카라멜라이징, 소스 졸이기, 잼 만들기. 양파 카라멜라이징과 수제 토마토소스는 몇 번 해본 다음 너무 번거롭고 귀찮아서 이제는 잘 안 하는데, 과일잼은 철이 되면 생각이 나서 한번씩 만들게 된다. 특히 귤은 매번 박스 단위로 사게 되어서, 귤쨈을 겨울에 꼭 만들게 되는 듯 하다.
언제였지? 제주에 사는 친구가 귤잼이 너무 맛있게 되었다며 깜짝선물을 해준 적이 있다. 귤도 잼을 만들어? 생각해보면 당분이 있는 모든 것들로 잼을 만드니까 당연히 귤로도 만들 수 있는건데,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거라 되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때 먹었던 귤쨈이 내가 이후에 만들었던 모든 귤잼들까지 다 합해서 제일 맛있었음. 깜짝선물의 기쁨과 만들어준 사람의 애정이 합쳐져서 그랬겠지!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매년 겨울이 되면 귤잼이 생각나곤 한다. 갓 만들어서 따뜻한 귤잼은 그대로 한 스푼 떠먹어도 엄청 맛있고, 플레인한 빵에 얹어 먹어도 너무너무 맛있고, 살짝 구워서 버터랑 같이 발라먹어도 짱짱 맛있다. 그래서 올해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뜩 신이 나서 귤을 사고, 와르르 꺼내서 하나하나 닦아 습기가 차지 않게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주면서 찢어지거나 터진 귤들을 모으면, 10kg 박스 당 20-25개 정도는 나오는 것 같다. 이 귤들로 만든 올 겨울의 첫 귤쨈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과 연말파티를 하면서 나눠줬고, 이번에는 내가 먹을 것 + 1월에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위해서 또 20개 정도를 꺼내어 만들었다.
조금만 으깨서 잼을 먹을 때 과육이 씹히도록 한다는 레시피도 본 적이 있는데, 나는 1) 질감이 균질한 게 좋고 2) 어차피 오래 끓이면 과육이 풀리기 때문에 그냥 믹서기에 대충 갈아버린다. 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한두알씩 잘게잘게 쪼개서!
너무 단단하게 굳히는 건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쪼오끔 덜 졸이는 편이다. 보통 40분 정도...!
이번에도 선물할 분량을 소분해두었다! 다들 좋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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