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1. 생각조각

속상한 일은 쏟아내고 바로 잊는 게 좋은 거지만

김쥬🍀 2022. 1. 1. 03:56

가끔은 그게 잘 안 되는 이슈들이 있다.

일기장에도 두리뭉술하게 쓰고, sns에도 속상한 순간에 우다다 올렸다가 시간 지나면 지우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뭐였더라? 하고 흐려지도록 두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매니징 할 수 없는 문제로 속상한 일이 반복해서 생기면 아무래도 어떻게 노력해도 자꾸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남자인 친구들이 많은 편이고, 그러다 보니 나나 친구들에게 애인이 생기면 약간의 입장정리가 필요해지곤 한다. 우리가 오랜 시간 별의 별 흑역사를 다 알고 있는 친구인데다 서로의 취향존에서 완벽하게 아웃이기 때문에 연애감정이 생길 리가 없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보통은 나만 슬프다. 내 친구들은 남자인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너네 없으면 친구가 별로 없어…….

친구 애인이 나를 싫어한다고 하면,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속상하고 억울한 기분이 든다. 애인이 생겼다고 하면 이후로 개인연락도 자제하고 단체 대화방에서 주로 얘기하고, 따로 만날 때도 웬만하면 시간대나 장소도 오해받지 않도록 조절하고, 만날 때는 나랑 약속이라고 미리 말도 하고 나오라고 하고, 정말 양심에 손을 얹고 추파 비슷한 건 단 한번도 던진 적이 없다. 나는 원래 친구들에게 좋아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도 애들 애인 생기면 자제한단 말이야. 짝꿍들이 싫어할까봐!

또 언제는 친구가 내 번호를 저장해둔 이름 때문에 싫어했다고 해서 어이없었던 적이 있다. 두어 번 쯤 겪은 듯. ㅎ…. 애칭이라고 생각했단다. 별명으로 저장해두는 사람들 흔하지 않나? 그리고 나만 별명으로 해 둔 게 아니라, 그 때 같이 친했던 친구들이랑 각자 특징 따라 별명을 맞춘거였다. 다같이 닉네임처럼 맞춰둔거라고 해도 받아들이지 못했단다. 그래서 날 싫어했댔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안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또 누구는 단체대화방에 여자가 있으니까 궁금해하다가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보고, 히스토리도 보고, 인스타그램도 찾아보고 그랬다. 내가 남자친구가 없을 때는 없어서 싫어하고, 있을 때는 있으면서 남자들이랑 논다고 싫어했다. 그러면 나는, 얼마 있지도 않은 친구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손절을 쳐야 하나?

근데 내가 절대로 불안하지 않을 박색이거나, 남자를 연애대상으로 보지 않는 동성애자면 나를 안 미워할거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이어도 부정이어도 싫다. 그냥 내 존재 자체가 미움받을 이유가 된다는 게 싫다.

모든 친구짝꿍들이 다 이러는 건 아닌데… 알잖아, 애정보다 돌이 더 커 보이는 거. 인사하느라 만났는데 나랑 잘 맞아서 오히려 그쪽이랑 친구 된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야 그냥 날 싫어하는 게 더 아파. 내가 어떻게 만져볼 수 없는 문제라서 더 속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