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1. 긴글

??: 연애는 안 해?

김쥬🍀 2024. 2. 17. 00:33

새해가 되고, 나이가 바뀌고, 겨울이 끝나가서인지 연애 안 하냐는 말을 듣는 빈도가 부쩍 늘어난 요즘이다. 뭐 사실 이것들이 원인이라기보다는, 자주 만나지는 않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근황토크 주제가 연애사업이기 때문이겠지… 엉 안 한 지 좀 됐어, 딱히 뭐 없어, 답하면 자연스럽게 이상형이나 소개팅 얘기로 이어진다. 연애는 절대 하지 않을거다! 또는, 빨리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둘 중 어느 쪽에도 별로 해당되지 않는 마음상태인지라 이럴 때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더 이어나가야할지, 정말 쉽지 않다……. 

아니 그도 그럴게… 연애의 시작이나 그 시작의 조건에 대해서 말 할 만한 생각이나 의견이 정말 거의 없는 거야. 소개팅을 시켜준다면야 극구 사양할 건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거기서 누군가 좋은 사람을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고. 상대를 찾아보겠다며 어떤 사람이 좋으냐 물어보면, 딱히 이상형이라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의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적도 없고. 그리고 난 사실 내가 되게… 몇 부분들에 있어서 꽤나 하자(ㅋㅋㅠㅠ이런 표현 사람한테 쓰면 안 되는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상형이니 조건이니 뭐니 따지면서 누구 소개를 받아 만날만한 사람도 상황도 상태도 안 된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래서 내 연애는 늘 그렇게 흘러흘러 물타기하듯(ㅋㅋ) 시작됐었다. 알고 지내던 사람 혹은 취미활동을 하다 만난 사람 중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얘기하다 보니 괜찮은 사람 같아서. 쓰고 보니 전형적으로 말하는 '느낌이 좋은 사람과의 자만추' 그 자체였네. (;)

그래서 이런 얘기가 길어지면 대충 '좋은 사람 있으면 만나겠지 뭐~' 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누군가를 짝지어주는 것에 지대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재차 물어보면 결국엔 이렇게 조금은 지나친 과장을 담은 너스레로 주제를 끊게 된다. 나는 눈이 머리꼭대기에 달려있어서 or 바라는 게 너무 많아서 누구 못 만나.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연애하는 거 절대절대 싫어! 하는 게 아니라면, 어떤 사람이면 만나고 싶다~ 정도의 생각을 해 보는 것 자체는 괜찮지 않아?' 했다. 만났던 사람들을 되돌아보면 딱히 공통되는 조건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서 그런 가상의 상대를 그려보는 게 의미없고 귀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래저래 설득당해서(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얘가 재밌어서 한번 해 보자고 빡빡 우긴 것 같기도… 내 입에서 연애사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게 너무 드물다 보니…) 카페에 마주보고 앉아 넘버링까지 붙여가며 김쥬 이상형 구체화하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리고 완성된 안에 대한 친구의 평가 ⬇

진짜 네가 뭔가 특출난 걸 바라는 건 아닌데. (응 진짜 다 평범하지. 있을 법한 조건들이지.) 되게 과분한 걸 요구하는 것도 딱히 아니고. 근데 주위를 둘러보면 이걸 다 충족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맞긴 해. 조건을 보면 너무한 게 아닌데 그걸 현실에 대조해보면 빡세네. 그냥 너 눈 높은거로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이 주제의 대화는 종결되었다.ㅋㅋㅋㅋㅋ 그러니 아마 앞으로도 또 누군가 '그래서 아직도 연애는 안 해?' 하면 또 똑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겠지. '아 좋은 사람 있으면 만나겠지 뭐~ 없으면 또 어때 지금 너무 재밌게 잘 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