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1. 긴글

나의 어중간한 행동양식 유형에 대한 소고

김쥬🍀 2024. 6. 20. 13:49

MBTI가 많이 퍼지고, 각 유형에 대한 특성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 T지?' '나 완전 I여서 그런거 못해' 이런 말을 던지는 정도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졌다.

리스트 만들기와 계획을 보기좋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큰 불안을 느끼는 나는 종종 '너 되게 J'다 하는 말을 듣는다. 동시에, 어떠한 플랜에 대해서는 꽤나 관대하게 유동성을 허용하기도 해서 의외라는 말도 가끔 듣는다.

사실 나는 스스로를 중간점에 꽤 가까운 J라고 정의하는데,

1. 가장 기준이 되는 계획 원안은 있지만
2. 스스로 정한 유동적 조율 가능 범위가 있고
3. 그 안에서는 좀 변동이 생기더라도, 예측 범위 내에 있거나 내가 매니지 가능한 상황이면 상관없다고 느끼지만
4. 그걸 벗어나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음

인데, 1번 4번이 J스럽지만 2번이 꽤나 넓은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1대로 진행된다면야 가장 행복하겠지만, 마음속에 항상 '이 정도까진 괜찮아' 하는 부분을 남겨둔다. 심지어 타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or 나에게만 걸린 일이면 2번이 엄청엄청 관대해진다. 사안에 따라 그 허용범위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가끔은 판단 기준이 조금 헷갈린다는 말도 듣는데, 사실 내 시점에서는 꽤나 명확하다. 내 일인가, 남의 일인가, 같이 하는 일인가에 따라 다르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친구가 '네가 1번만 공개하는 사람이 있고 2번까지 공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사람마다 널 모델링하는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음. 근데 네 마음 속 계획은 사실 1이 아니라 2까지인거다' 라고 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사실 판단형(J)은 '계획'보다는 '통제'의 관점이 더 적합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내 자원과 내 주변의 환경을 내가 파악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서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 주로 계획적인 모먼트로 나타나는 것. 맞아, 나는 내가 정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게 너무 좋고, 그걸 풀어주거나 변경하는 것도 내 결정이어야 한다. 예상할 수 없는 외적 요인? 매우 스트레스풀. 그럼 반대로 인식형(P)은 내 판단에 맞춰 통제하기보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수용하고 그에 적응하는 방향의 사고가 메인이라고 보면 맞지 않을까 싶다.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줄 아는 이런 사람들을 나는 사실 참 부러워하고 그런 성향을 배우고 싶은데, 밈화된 특성들은 너무 괴롭다. (ㅋㅋ) 성격유형의 분류라는 것은 사람을 정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유형의 장점과 단점을 인식하고 보완하기 위함인건데, 단편적이고 납작한 해석으로 전인류 공감이 가능한 유머소재로 바뀌어버린 것 같아서 조금 아쉽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