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어린이가 모르는 행인한테 '길 건너려고 하는데 손을 좀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실험카메라를 보고 생각난 이야기. 사실 5살때 기억이 지금까지 선명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고, 그냥 엄마가 말씀해주신 일화다.
어릴 때 우리 가족은 겨울이 되면 1,2박씩 스키장을 꼭 갔었는데, 5살때 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하셨다. 어쩌다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는데, 몇 시간이 지나서 베이스의 아예 반대편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찾았다고 하셨다. 정확히는 거기서 온 전화를 받으셨단다. 엄마, 지후인데. 여기 아줌마한테 휴대폰 빌렸어. 어딘지 모르겠는데 엄마가 일로 와. 그리고 아주머니께서 위치를 설명해주신 덕에 찾았다고 했다.
자기 이름도 집 주소도 엄마아빠 성함도 전화번호도 다 외우고 있으면서, 그냥 곧바로 지나가는 사람한테 휴대폰 빌려달라고 전화 한 통만 하게 해달라고 하면 됐을텐데 왜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걸었는지 의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어진 문답이 기가 막히게 웃겼다고, 아직도 종종 말씀하시곤 한다.
Q. 계속 혼자 있었냐.
A. 그렇다.
Q. 혼자 앉아있는데 누가 도와준다고 안 물어봤냐.
A. 쩌어기 언니오빠들이 엄마 잃어버렸냐고 했는데, 엄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언니오빠들은 스키 패트롤이었을거다.)
Q. 따라가면 도와줬을텐데.
A. 엄마가 아무나 쫓아가면 안 된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Q.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했나.
A. 좀 기다리다가 안 찾아오면 전화하려고 했다. 근데 부탁할만한 사람이 안 보였다. (⬅ 뭔 소리냐고 대체)
Q. 지나다니는 어른 많았는데?
A. 남자 어른은 무섭고, 남자 어른이랑 같이 있는 여자 어른도 무섭고, 여자들끼리 다니는 나이 많은 아줌마가 혼자 남는 순간을 기다렸다. (⬅ 나름대로 이유가 확고해서 진짜 웃김)
Q. 아무 어른 아니고 왜 나이 많은 여자 어른이냐
A. 저 아줌마도 딸이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엄마 찾아주려고 해줄 것 같아서.
진짜 웃기지 않냐… 5살 김쥬가 왜 이렇게 야물딱지냐 2n살 더 먹은 김쥬보다 니가 더 현명하다 야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가 나한테 미아방지교육을 진짜 열심히 시키셨었군… 난 진짜 엄마 말을 잘 들었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왜 지금은 엄마 말 안 듣는 금쪽이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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