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꽃을 좋아했다. 주로 좋은 일이 있을 때 건네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예뻐서 그런건지, 그냥 좋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그랬다. 그 중에 한 친구는 기분이 유독 좋거나 유독 나쁜 날 꽃집에 들러 꽃을 산다고 했다. 기분이 좋으면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나쁘면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언니가 조금 울적해했던 어느 날, 같이 길을 걷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눈에 띄는 꽃집에 들렀다. 색이 다른 장미 세 송이를 고심해서 고르고, 길이를 짧게 포장해달라고 요청한 언니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 듯 보였다. 그러고는 언제 더 산 건지 작은 장미 한 송이를 내게 건넸다. 나도 같이 기뻐진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그 날부터 나도 종종 꽃을 사는 습관이 생겼다. '아, 오늘 꽃 사고 싶은 기분인데.' 하면 그냥 꽃집에 들러서 눈에 띄는 꽃의 이름을 물어본다. 아는 얼굴이 보이면 반가워하며 '이거 ~~ 맞죠!!' 하며 신나하기도 한다. 추천을 받아 사기도 하고, 짧은 기간에만 만날 수 있는 꽃을 기념삼아 사기도 하고, 철을 가리지 않고 반겨주는 익숙한 친구를 고르기도 한다. '누구 선물하세요?' 하는 말에 '저한테요! 집에 꽂아두려고요.' 하곤 사장님과 마주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을 무척 좋아한다.
스스로에게도 선물하고, 특별한 소식이 있는 친구에게도 선물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에게도 만나기 전 시간 여유가 된다면 작은 꽃 한송이 정도는 챙기려 노력한다. 몇천원으로 며칠동안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건 꽤 가성비가 좋은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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