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1. 생각조각

내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표현

김쥬🍀 2020. 7. 19. 00:10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표현이 명언이라는 이름을 달고 유행을 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시각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표현들의 대부분이 가지는 공통점은 다소 냉소적인 말투라는 것이다. 좋은 말은 보통… 유행어가 되지 않더라. 남 욕하는 게 더 재미있어서 그런가.

그 중에서도 인간관계에 관련된 표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왜냐면 오늘 내가 너무 싫어하는 말 쓰는 사람 봐서……. 뭐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불쾌해서 잠 못 잘 것 같다.

여기부턴 내 개인적인 비선호의 문제인데, 일단 나는 그런 ‘쿨한’, ‘비꼬는’, ‘냉소적인’ 태도로 사람의 유형을 나누거나 조롱거리, 놀림감으로 소비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싫어할 거라면 그 사람에 대해 안좋게 느끼는 점만 생각하면 되지, 왜 굳이 비꼬는 식의 비유적 표현을 가지고 와서 비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같은 선 상에서, sns 등에 구체적인 설명 없이 비난하는 내용만 업로드하고선 타인에게 알맹이 없는 위로를 받고, 구체적인 대상 없는 집단적 비난 분위기를 만들며 낄낄거리는 수동공격도 정말 싫어한다.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하며 비판하면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사실만을 가지고 깔끔하게 끝날 불만사항이, 저런 ‘명언’이나 인터넷 밈을 가져다 붙이는 순간 조롱과 놀림감의 대상이 된다. 또한 그 행동은 남을 낮춤으로서 희열을 얻고 자신의 불쾌함을 해소하려는 행태밖에 안 된다. 음… 그게 목적인거였다면… ^^… 인간 덜 된 게 맞다고 본다.


개중에서도 내가 특별히 더 싫어하는 표현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다’라는 표현이다. 진짜, 진짜 너무너무 싫다. 글로 써진 걸 읽는 것도 싫고, 누가 말하는 걸 듣는 것도 싫다. 심지어는 이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정도로 싫다.

일단 첫번째 이유는, 대체 왜 누군가를 자기가 바꿀 수 있는 물건처럼 취급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본인이 무슨 권위가 있어서 ‘타인’을 ‘고쳐서’ ‘쓴다’고 표현하는지, 굉장히 불쾌하다. 문장을 구성하는 어절 하나하나가 다 글러먹었다…. 누군가를 본인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물론 자유다. 하지만 저 표현은 서로가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을 자신의 입맛대로 다루려했는데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번째 이유는, 표현을 사용하는 화자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주로 좋지 않은 연이 있는 사람에게 재차 실망했을 때 쓰는 표현인데, 본인은 얼마나 깨끗하고 당당한지, 상대와의 문제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의 내용은 모두 숨겨지는 말이지 않은가. 본인이 바뀌지 않았기에 재차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잘못한 사람은 없지만 두 사람의 성향이 정반대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무조건! 저 사람이! 글러먹었다! 그러니 고쳐야 한다! 그런데 내 말은 안들어처먹더라!! 라는 의미를 내포한 게 너무 아니꼽다.

물론 이런 시원시원하고 삐딱한 표현들이… 사석에서 농담하듯 나오면 재밌다는 건 인정한다. 그리고 가끔 정말 별로여서 이 말이 찰떡인 사람이 존재하기도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 정말 싫어…….

그래서 나는 이 말을 누군가를 단순 비방하거나 놀림감으로 삼기 위해 아무렇게나 쉽게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아주 크게 실망한다. 누군가가 마음에 안 든다면 차라리 구체적으로 욕을 하든가 했으면 좋겠다.

  • 예전에 이러이러해서 사이가 멀어졌는데, 여전하더라.
  • 그 사람이랑은 전이랑 같은 이유로 다시 소원해졌다.
  • 야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다?

비교해보자. 얼마나 점잖은가.


물론 나쁜 말을 안 하는 게 가장 정상적이고 예의있는 자세이긴 하다만…. 그런데 남의 말 빌려오지 말고, 조롱하듯 장난치지 말고, 사실인 내용만 이야기하려 하면 남에 대해 안 좋은 말이 쉽게 나올 수가 없다. 그런 가벼운 척 하는 방패막에 숨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 마음도 불편하거든.

그러니 제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이다 명언 좀 작작 갖다쓰자. 그런 건 혼자 속으로만 내적손뼉치며 맞다고 생각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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