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1. 생각조각

'학생같아요~ ㅎㅎ'

김쥬🍀 2024. 11. 13. 00:00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요즘 시대 도심지에서는 딱히 의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유독 이웃에게 살갑고 친화력이 좋은 분들이 있다. 같은 동에 사는 이웃분 중, 오며가며 마주치고 택배 놓는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 친해진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 집에 붙어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자주 뵙지는 못하는데,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지는 분이다. 

어느 날 아주 늦은 새벽에 퇴근한 다음 애매하게 늦은 시간에 출근하는 길에 선생님을 마주쳤다. 잠만 자고 나올거라 가방도 랩탑도 노트도 없이 차키만 달랑달랑 들고 퇴근했기 때문에, 출근길 옷차림과 소지품도 굉장히 단출한 상태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선생님은 '늘 생각하는데~ 학생같아요~ ㅎㅎ' 하고 인사를 하셨는데 순간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하지? 하고 고민에 빠졌다.

일단 나는 학생이 맞긴 하다. 대학원생이지만.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의미는 아마 20대 초반의 학부를 다니는 대학생이었겠지. 그런데 학생'같다'라는 말은 학생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는 뜻인데. 그치만 학생이 아니진 않은데. '앗, 아… 아 ㅎㅎ' 하고 있으니 선생님께서 '칭찬이에요 ㅎㅎ' 하고 덧붙이셨다. 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냥… '하핫 넵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했다. 

시간의 흐름을 맞기는 맞았으니 외형에서 얼추 나이가 보이긴 하는데, 학위과정을 지내다 보면 아무래도 '사회적 나이'를 좀 늦게 먹게 된다. 학교에 계속 있다보니 동년배 사회인들에 비해 옷매무새라든가, 태도라든가, 그런 게 조금 늦게 나이드는 것 같긴 하다. 뭐라할까,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그 나이대에 기대하는 모습이랑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리하여 대학원생은 5살쯤 어리다고 말해도 그러려니 싶고, 5살쯤 많다고 말해도 그러려니 싶은, 미묘한 동안 겸 노안이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어려보인다는 말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동안이라고 말해주더라. 이 착한 사람들. 선생님도 그런 스몰토크를 하셨던 거일텐데, 하필 워딩이 '학생'이라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 

근데 어쨌든, '학생같아요~' 가 칭찬인 대상이라고 생각하셨으면, 내가 사회인이라 여기신거일텐데… 점심 다 돼서 집을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안 가지시는것인지요…? 선생님께서 예상하신 나의 직업군이 무엇일지 굉장히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