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1.1. 생각조각

위선이 위악보다 나쁘다는 말이 싫다

김쥬🍀 2024. 11. 17. 14:58

위선이라는 말을 사람을 욕할 때 쓰는 것도 싫고, 위선이 위악보다 나쁘다는 말도 싫다. 

위선이 왜 나쁜가? 겉보기로는 선한 척 하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하는 거, 물론 싫을 수 있다. 꺼림칙하다. 그런데 세상에 아주 작은 흠도 없이 완벽하게 선한 사람이 있나? 사람은 모두 다면적이다. 누구나 이런저런 면을 가지고 있지만, 좋은 면을 보이고 나쁜 면을 억누르고 숨기고자 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이다. 그런 마음과 행동이 사회의 규칙이 지켜질 수 있는 기반 중 하나다. 이런 태도 자체를 위선적이라 비난할거라면 사회를 이루는 기본적인 규칙과 신뢰부터 부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절대 그러지 않지. 그 규칙과 신뢰 사이에 생기는 틈에 기생해서 이득을 보고 있으니까. 

그러면, 위악은 왜 위선보다 나은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 나쁜 척 할 이유가 뭐가 있나? '사실은 너를 위한 거야.' 한 마디로 용서받기엔, 어쨌든 그 태도 자체가 타인에게 해악이다. 그렇다면 선한 의도로 굳이 악을 표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것이다. 사실은 말만 번드르르하게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 했을 뿐, 선한 마음을 숨기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타인을 살피고 양보하는 건 어렵고, 내 마음대로 휘두르는 건 쉬우니까, 그냥 허울 좋은 핑계를 갖다 붙여서 합리화하는거다.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이 있으면서도, 위선조차 떨지 않는다거나, 나쁜 모습을 억누르고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는 노력을 폄하한다거나, 누군가의 행동이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이유로 악을 더 추앙하는 사람들을 나는 아직까지는 아무리 노력을 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