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과 생각 92

20241204

어릴 때 나는 나랏일을 하고 싶었고 군인이나 경찰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뭔가 좀… 아찔하다… 어쨌든간에 현실의 나는 오피스에서 pc로 뉴스 보고 키보드나 두들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만약 그 때 꿈꿨던대로 진학하고 임관됐으면 지금쯤 딱 현장 일 많이 할 때였을텐데. 그럼 나는 어떤 가치관과 사상을 가지게 되었을까, 만약 그와 맞지 않는 명령을 받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따라 살아가는 건 진짜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과거의 내가 없으면 지금의 나도 없지

엄청 오랜만에 만난 학부 후배가 한 말이 되게 인상깊었다. "누님이 그 시절에 대해서 어떤 감상을 가지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어요."좋았다고만 하기에도 힘들었다고만 하기에도 애매한 날들이었는데, 뻔뻔한 자부심도 같잖은 자기연민도 갖지 않으려 한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배움이 있고, 그 뿐이다. 사실 잘 떠올리지 않는다. 굳이 거창한 이유나 감상을 붙여서 계속 되돌아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20241127

차 몬 지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열선 켜는 법도, 앞자리에서 송풍구를 다 열면 뒷자리는 바람이 약하다는 것도, 뒷자리에 시트열선 있는 것도 오늘 알았다. 뒷자리 열선은 몰랐던 게 너무하지 않냐고 했는데, 켤 일이 없었으니까…. 옵션 체크를 하고 사긴 했지만 뒷자리 열선은 고른 이유에 포함되지 않았어서 크게 신경을 안 썼다. 뒷자리 잘 타지도 않고 내가 타지도 않는데 내 알바냐고. 어쨌든 전자기기는 원래 사용법을 다 익히는 데 오래 걸리는 법인데, 차는 엄청 큰 기계니까요……. 아직 모르는게 튀어나와도 합법임.심사 끝나면 겨울용품이랑 이것저것 챙기고, 사용설명서도 또 읽어보고 놓쳤던 것들 공부해야지. 첫 겨울 무탈하게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악성민원인이 될 결심

행복센터에서 웬 불친절대응 때문에 화가 잔뜩 났던 하루…… 아니 근데 이게 불친절'대응'이 맞나? 난 행복센터 문턱도 안 밟았는데 그냥 행정공무원이 대뜸 찾아와서 무례를 저지르고 도망갔다. 업무 실수는 할 수 있다. 실수를 인지한 후의 처리가 미숙할 수도 있다. 근데 실수한 건 본인인데 그 짜증을 왜 내가 들어야 하냐고… 저는 그 사업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요…… 안그래도 바빠죽겠어서 힘든데 남의 실수 맞고 감정쓰레기통까지 해 줘야 하냐고……잔뜩 화가 나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나였으면 신고 넣었다 한 명, 뭐 이런거로 민원까지 넣냐 반응이 한 명. 진상 민원 딱 반 보 앞 정도 되나보다. 오늘 한 시간만 더 못 잤어도 그냥 악성민원인 될 결심 했다. 진짜.

대화 할 때마다 곡소리만 하는 사람 너무 꼴불견이야

사정이야 어떻든… 모든 대화 소재가 '나의 힘듦을 토로하는 것'인 사람은 정말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너만 힘드냐? 사람 다 각자 힘든 사정이 있는건데. 한두번도 아니고 매일매일 자기 고생한다는 얘기만 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 사정 얘기할 때조차 이야기의 중심을 꼭 자신한테 가져와서 내가 더 힘들다는 걸 티내고싶어 못 견디는 사람은 진짜 받아주기 너무 힘들다……. 아니, 다른 사람이 해결법을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문제라면 또 모르겠는데, 불평불만만 하는 대화면 그게 해소가 되냐고. 그냥 주변 사람한테 불쾌함을 전파하고 불쌍하다는 소리 듣는 것 밖에 안 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거지? 하…… 사실 나도 적잖이 힘든 상황이긴 해서 자꾸 마이너스플로우 타는데, 주변에 너무 티내는 것 같다고 인지해서 그냥 ..

미니멀리스트 맥시멀리스트

얼마 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봤다. 쓰는 물건만 잘 두는 게 미니멀리스트이고, 안 쓸 물건까지 다 들여 쌓아두는 게 맥시멀리스트라고. 물건이 많아도 미니멀리스트일 수 있고, 그보다 적어도 맥시멀리스트일 수 있다고. 미니멀리즘의 삶을 추구하겠다고 가진 물건들을 우수수 처분해놓고 나중에 다시 구매하는 사람들을 몇 봤다. 그렇게 다시 필요한 물건들을 두 배의 비용을 들여 다시 쟁여놓고, 나는 미니멀리스트로는 살 수 없는 인간인가봐- 한다. 그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시간을 구성하는 최소 요건이 그 정도 볼륨인거였다. 일반적으로 '최소한의' 물품만 가지고 있는 것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히는 '필요한 물건만' '자기가 잘 쓸 것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둘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

헌혈의 집 가는 걸 좋아한다.

사실 나한테는 봉사활동이라기보단 자기효능감을 쉽게 채우는 방법 중 하나이다. 너무 되는 게 없는 기간에 마음이 힘들 때, 헌혈이라도 하고 오면 '오늘은 나 좀 쓸모있었다' 싶은 기분에 힘이 약간 난다. 고등학생 때 기숙사 학교여서 주중엔 내내 학교 안에만 있어야 했었는데, 달에 두어번 쯤 공식적으로 학교 밖을 나갈 수 있는 활동이 있었다. 거점국립대와 교류하면서 지도를 받는 뭐 그런 활동이었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당 교수님은 이름 빌려주고 지원금 받고, 학생들은 생기부 세특실적 채우고 연구실 구경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어쨌든 고등학생 나부랭이가 지거국 교수님께 최신연구분야에 대한 간단한 세미나를 직접 듣고, 대학원생들의 실험 과정을 어깨너머로나마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예약용 이름

식당같은 곳 예약전화 할 때마다 이름 잘 못 알아듣는 거 힘들어서, 가끔 직원분이 잘못된 이름으로 되물어봐도 그냥 '네 맞아요~' 하고선 그 이름으로 찾아가곤 한다. 나는 지후이자 지호이자 지우이자 지유이고 지훈이다. 사실 오늘 저녁식사 식당도 지호로 예약되어있다. 가끔 감성적인 브런치카페같은 곳은 예약자 이름으로 예쁜 메모들을 써두기도 하는데, 그럴 때 이름이 다르게 적혀 있으면 아쉬우니까 웬만하면 본명으로 정정하긴 하는데, 슬슬 좀 귀찮다. 진짜 이 이름을 가진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예약용 이름을 하나 정해둘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전화로 스윽 들어도 알아듣는, 되게 보편적으로 익숙한 이름 있잖아. 왜 그 김지민같은거.